할머니 보고싶다. 치매가 오면서 어른이 된 나는 잊었지만 ‘할머니 내가 안나야’ 라고 하면 갓 태어났을 시절 새까만 눈동자로 할머니를 빤히 쳐다봤다던 갓난아기였던 나를 떠올리고 ‘니가 안나니?’ 라고 말하면서 나를 기억해줬잖아. 내가 까만 눈동자로 할머니를 빤히 쳐다봤다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많이 해줬잖아. 할머니가 기억해주는 유일한 내가 그 시절의 아기 안나야. 나를 다 잊지 않고 갓난아기 안나라도 기억해줘서 고마워 할머니.. 할머니가 위독하다고 했을 때 그래도 숨쉬고 있던 할머니를 본 유일한 손녀가 나라서 감사해. 할머니 그때 내가하는 말 다 들을 수 있었잖아. 안나 왔다고 할머니 눈 떠보라고 얼른 나아져서 집에가자고 했는데 그 뒤로 할머니 출혈도 멎고 혈압도 돌아와서 할머니가 내 이야기 들어주고 힘냈다고 생각해. 할머니 임종 다가왔을 때 임종호흡 하면서 간간히 눈 뜰 때 할머니 사랑한다고 우리 꼭 다시 만나자고, 막내삼촌이랑 우리 엄마 오고있으니까 하늘나라 가지말고 기다리라고 했던 내 말 들어줘서 고마워. 나 그때 할머니가 삼촌들이랑 이모, 엄마 못보고 가는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괴로운듯이 인상쓰면서도 내 이야기 듣고 다른가족들 기다려준거지? 고마워 할머니 너무너무 사랑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할머니 요양원 들어가기 전에 혹시나 나쁜 보호사 만나서 우리 할머니 때리면 어쩌나 하는데 할머니가, ‘나를 때리면 왜 때리느냐고 물어봐야지’ 라고 했잖아.. 우리 할머니는 진짜 법 없이도 살았을거야. 너무 선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웠던 내 할머니. 죽음이 뭔지 이별이 뭔지 아는 나이에 할머니를 보내게 되어서 더 마음이 아팠어. 입관할때도 하나도 무섭지 않고 우리 할머니 이제 편하게 쉬는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랑한다고 잘가라고 내가 했던 말 할머니 들었지? 할머니 임종 지킬 수 있었던 손주가 나여서 다행이야. 우리 할머니 귀 아직 열려있을 때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할머니 사랑해 너무 착하고 선했던 우리 할머니..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는 갓 태어난 할머니의 까맣고 빛나는 눈동자를 내가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할머니가 갓 태어난 내 눈을 맞춰줬던 것 처럼. 이제는 편안해? 할머니가 쉬고 싶은 만큼 쉬었다가 다시 만나. 사랑해 할머니 너무너무.. 치매가 왔어도 점잖았고, 부끄러움이 뭔지 너무나도 잘 알았던 똑똑했던 우리 할머니. 할머니 사랑해. 할머니 가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다시 만나자는 말도 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다행이었어.. 우리 진짜 꼭 다시 만나자. 입관때 할머니 작고 약한 발 주물러주고 아기같은 볼 만져주고 사랑스러운 머리 쓰다듬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앞으로 사는게 힘들거나 지칠 때, 인생이 괴로울때 할머니 생각하면서 버텨볼게. 할머니가 내 손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할게. 사랑해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