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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만행희생자비

일제만행희생자비 사진

아직은 어둠이다 밝혀져야 할 것이 가려진 이 허위의 빛은 빛이 아니다. 죽은 이들은 죽어 한 세기가 다 되도록 눈감지 못한 채 원통함으로 구천을 떠돌고, 죽인자들은 대명천지 펄펄하게 살아 고개쳐들고 설치는 여기는 아직 식민의 땅이요.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누나들이 우리들의 이름과 조국의 이름을 부르며, 왜 그렇게 처절하게 죽어가야 했는지 어떻게 죽임 당했는지도 밝히지 못한 우리는 참으로 못난 후손들이다.

어느 이름모를 하늘 아래서 캄캄한 굴속에서 맹수와 병마가 우글거리는 밀림에서 더러운 침략자 제국주의 일본의 군복을 덮어쓰고, 손톱에 피멍이 지며, 죽어간 영령들의 시신은 커녕 이름조차 거두지 못한 우리들은 조국은 아아 부끄러운 죄인이다.

만시지탄이나 이 참회의 눈물을 모아 뉘우침으로 칼날을 세워 처참한 죽음의 진상과 굴절된 역사의 진실을 기필코 밝혀야 한다는 의지를 모아 여기 구천을 헤매는 원혼들이 평안히 잠드시길 빌어 올리며 우리 배달겨레의 정통성과 당당한 민족혼의 계승을 위하여 그 실천의 푯대로서 오늘 우리는 삼가 이 위령비를 세운다.

이 땅위의 모든 사람들은 이 비 앞에서 어제는 더 앞선 과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로 흘러오는 것이며, 또한 오늘의 역사는 어제로 묻혀가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역사로 피어나는 것임을 깊이 깨우칠 일이다.

명예 고문 이기택 단군기원 사천삼백이십육년팔월스무아흐렛날 백신종짓고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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