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이 책은 '아버지가 죽었다' 로 시작한다. 그것도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무슨사연일까 싶어 책장을 넘기면 아버지의 장례식이 시작된다.
딸 '고아리' 에게는 빨치산, 사회주의자, 유물론자였던 아버지 고상욱씨였다. 빨치산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도 있고, 한 오지랖 하셨기에 가족보다 남을 더 챙기는 분이었다.
하지만 장례 3일동안 찾아온 아버지의 인연들을 통해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말하던 딸이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냐'고 말하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마지막 유골을 손에 쥐었을 땐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이 딸 '고아리'의 곁을 지켜준다.
시대적 배경이 가미되어 있어 정치,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제일 큰 맥락은 아버지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자식이 얼마나 있을까. 나 또한 아버지를 이해 못 한 적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역사와 인연들을 통해 지금의 아버지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내 아버지의 역사가 좀 궁금해졌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다 보면 아버지를, 부모님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 저자
- 정지아
- 출판
- 창비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장자는 인생을 ‘소요유(逍遙遊)’라고 했다. 인생은 그냥 한번 멀리 소풍을 나온 것이라는 뜻이다. 소풍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에게는 여유와 행복을 함께 느끼게 해 주는 느낌의 단어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우리 삶이 소풍인데,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삶은 행복과 고난,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하는 시간이지만 지나보면 모든 것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니 소풍에 비유하는 것도 아주 좋은 비유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 읽은 ‘소나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산골 소년과 도시에서 온 소녀의 아름다운 교감이 있는 그런 소설이고, 눈앞에 그림을 그리듯이 표현된 서정적인 소설의 느낌은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가끔 되뇌는 아름다움이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정서도 어린시절 ’소나기‘에서 느낀 정서와 비슷한 내용이다. 변두리 작은 책방을 찾아온 주인공과 오랜 시절 친구였던 두 사람이 작은 오해들과 에피소드를 조심스럽고 아름답게 지내가는 소설이다. 주인공 두 사람, 해원과 은섭이 굿나잇 책방을 매개장소로 하여 서두르지도 않고, 너무 얽매이지도 않는 사랑 이야기이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순간에 혹하는 감정이 아니라 적당한 시간과 거리를 두고 서로의 감정을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여유가 있는 관계이다. 두 사람의 주위에 있는 할아버지, 아이, 친구 등의 관계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겪는 쫓기는 시간이 아니다. 바람을 타고 구름을 넘는 소풍가는 길이 이 책에서 느껴진다.
- 저자
- 이도우
- 출판
- 시공사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한때 우리나라에 핀란드식 교육이 유행한 적이 있다. 공교육만으로도 수준 높은 수업이 가능하고 경쟁 없이 아이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학습하는 환경, 대학까지 무상으로 진학할 수 있는 시스템. 눈에 보이는 이런 시스템과 환경이 부럽고 좋아보여 너도나도 핀란드식 교육시스템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유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핀란드식 교육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뿌리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핀란드는 무상교육 뿐만 아니라 높은 세율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높은 세율에 대해 국민은 동의하고 기꺼이 세금을 납부한다. 자신이 낸 세금이 나와 내가 속한 사회를 위해 쓰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그 믿음에 걸맞게 공정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투명하게 공개한다. 믿음과 신뢰, 이상적이라고만 느껴지는 말이 핀란드에서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기에 핀란드는 무상 교육, 노년까지 보장받는 복지시스템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은 이러한 핀란드의 정책과 시스템,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 환경, 국민들의 생각을 이야기해 준다.
일 년에 절반이 겨울이고 극야시기에는 해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척박한 기후를 가진 우울한 나라 핀란드가 어떻게 행복지수 1위의 천국을 만들 수 있었는지,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사회적 합의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책에서 이야기해 주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교육환경, 복지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필요한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저자
- 정경화
- 출판
- 틈새책방